통신체 혹은 외계어...

딱히 어디까지가 통신체이고 외계어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한글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등을 무시한 채 쓰여지는 것이 통신체이고, 한글과 외국어와 특수문자를 조합하여 쓰여는 것이 외계어라고 불린다는 것...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불리든 간에, 온라인상에서 쓰이고 있는 이러한 표현이 우리의 실생활 속까지 너무 깊이 파고들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라는 표현보다는 특정한 집단이라고 해야겠지만요. 그리고 그것으로 의사소통을 하는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편하고 자연스러울지는 모르겠으나, 어른 세대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세대 간에 언어의 장벽을 만든 셈입니다.

물론 언어는 변화합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 때의 표현방법과 현재의 표현방법은 당연히 다릅니다. 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사용되고 생활자체가 변함에 따라 언어의 표현방법도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입니다. 하지만 통신체나 외계어라고 불리는 것처럼, 한글의 기본적인 법칙을 완전히 깨버리지도 않을뿐더러 잠시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한글의 변화는 긴 세월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조금씩 변화해온 것이죠. 특정한 세대나 집단에 편중되거나 또는 일부러 억지로 만들어내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긴 세월을 두고 사용해온 표현방법을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하여 개정되는 것입니다. 간혹 영어에도 줄여 쓰는 등의 통신체가 있다며 통신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과 우리의 이것은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영어에도 "THK" "LOL" "OMG" 등등의 간편해진 표현이 있습니다만, 우리의 이것들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모르면 무시당하는 그런 유의 표현이 아닙니다. 사용하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잘못된 표현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는 경우도 드물고, 영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잘못된 표현이니 배우지 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친구 중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재임 중인 초임교사가 두 명이 있는데, 가끔 술자리에서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가끔 질문을 하는데, 어떤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샘!"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적지 않다고 하고, 주관식 시험의 경우에 모르는 문제의 답안에 '-_-'이나 "삐질~" "난감"이라고 적어내는 학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들은 초등학교로 갈수록 눈에 띄게 많다고 하는데, 한 친구는 방학 중에 "선생님아~"라고 떡 하니 적힌 편지도 받아보았다고 하니 그냥 웃어넘길 일은 아닌듯싶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표현들이 우리에게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을 넘어 현실에서까지 빈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머 들어보면 요즘 이력서나 직장 내에서도 가끔씩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크게 놀랄 일이 아닌가요?

물론 저 또한 통신체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X 세대라 불리며 이제 막 실업전선에 뛰어든 우리도 통신체를 사용하고 자랐으며,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즐"이라는 표현을 가끔 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에 가끔 ^^ 이런 종류의 이모티콘을 삽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무엇이 옳은 표현인지는 알고 있으며, 사용해도 괜찮을 때와 사용해서는 안 될 때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기때문에 게임을 즐겨하는 편인데, 게임에 들어가 보면 온통 통신체와 외계어라 불리는 것들이 난무합니다. "님아~"나 "님들아~"라는 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인식되어 사용되는 상태이고, 그것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을 하면 어째서 잘못된 표현인지를 모릅니다. 채팅창은 온통 줄임말이나,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표현으로 채워집니다. 예전에 재밌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게임상에서 알고 지내던 대학생이 "ㄷㄷㄷ"이라고 하기에 저는 처음에 그것이 멀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물어보았더니 "덜덜덜"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문득 농촌에서 사용하는 경운기의 "덜덜덜"이 떠올라서 '집이 농사를 짓는가보다'라고 생각한적이 있었습니다. 채팅 중에 상대방이 "어쩔~"이라고 해서 왜 말을 하다 안 할까 하고 의아해 했던 적도 있었고, "눈물 난다."라고 하면 될 것을 어째서 "안구에 쓰나미가 밀려온다."라고 할까 하는 의문도 가진 적도 많았습니다.
TV로 제때 뉴스를 볼 시간도 없고 신문을 구독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뉴스는 대부분 온라인을 이용하는 편인데,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온통 통신체와 외계어라 불리는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언제인가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하도 기이한 표현방법을 쓰길래 왜 그렇게 통신체를 사용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적혀있는 답변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위해서... 젊어보이니까..."
몰랐습니다. 통신체를 사용하면 젊어 보이는 것이었군요. 
이렇듯 현재의 온라인은 채팅과 표현의 간편화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해진 그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도 한글을 잘 알지 못합니다. 항상 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도 틀리고, 연음법칙이니 두음법칙이니 절음법칙이니 하는 것들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지금 받아쓰기해보라고 하면 한 30점이나 맞으려나?? 하지만, 항상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그러나 생활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같이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인식조차도 없어질지 걱정이 됩니다. "님아"라는 표현이 잘못된 표현인지 알고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않은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제가 위에서 친구의 예를 들었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에 그 아이들이 직장에서 "사장님아~ 우리 밥 먹는 게 어때염? 꼬르륵 소리가 쩔어여. 배고픈데 어쩔~"이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 세대에서 당연시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면, 그러한 표현들이 현실에서 사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비단 어린 세대들에게만 한정된 일도 아닌듯싶더군요.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 그들이 온라인에서 써 내려가는 글들도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또한, 이제 산업전선에 뛰어든 우리 청년층에게도 해당되는 일입니다. 물론 전체가 아닌 일부의 모습이겠지만, 어른들부터 이러한 모습을 조금씩 절제하고 자성을 해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낫"과 "낳", "왠"과 "웬"조차 헷갈리는 우리가, 통신체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닐런지...




예전에 게임 내에서 "킥킥킥"이라고 자주 사용했던 한 여고생이 떠오릅니다.
통신체나 외계어를 싫어해서 "ㅋㅋㅋ"라고 쓰질 않는다더군요. 신선했습니다.

by 바람이고파 | 2007/08/11 04:10 | ♬ 독백 혹은 Grumbl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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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폴 at 2007/10/26 11:06
음... 통신어체의 사용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역시..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확실히 문제시해야 하는것이 지당하겠지요. 공감합니다.

너무 요즘 아이들은 제한없이 통신어체를 쓰는것 같아 걱정됩니다.
Commented by imc84 at 2007/10/26 13:38
통신체를 쓴다하더라도 일정 범위의 '선'을 그을 줄 알기 때문에, 쓰는 이들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한편 어린 세대들은 바로 그 '선'을 그어 줄만한 어떠한 자극도 계기도 주어지지 않기때문에, 또한 본질적으로 무엇이 나쁜지를 알 수 없는 것이겠지요.
저같은 경우엔 쓰면서도, "아 애들은 이런 거, 어느 상황에서 쓸만하고 어느 상황에선 못할 짓인지 구분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존댓말과 반말을 쓸 상황을 익히게 하는것과 마찬가지죠.

미필적고의라고 할 수 있겠군요. 어느 순간에도 고의로 어린 연령층을 상대로 통신체를 쓴 바는 없지만... 인터넷에 남긴 흔적이라면 누구라도 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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